사진 차승진
사진 차승진

식탁에서 떠나는 여행

- 차 승 진 -

 

맛이라는 말에는 무엇이 살고 있을까
차려진 밥상에서 젓가락이 향하는 길
여러 가지 반찬이 놓인 식탁에서
너를 처음 만났을 때를 추억해 보기로 하자
밥과 반찬 사이
입맛이 당기는 첫 번째 젓가락질
습관처럼 한 숟가락 밥을 입에 넣고
적당히 밥알을 씹으며
술 한잔에 안주를 집어 올리듯
몸속 깊은 곳으로 흘러가는 식물의 향기
어머니의 땅에서 일용할 양식이 뿌리를 내리듯
손과 손이 마주한 사람의 밥상
내가 그 반찬을 음미할 때
나보다 먼저 도착한 아내의 입맛을 자극한 우엉 조림 반찬

아, "향긋해…"

그 한마디에 몸과 몸이 떠나는 여행
아래로 내려간 깊은 곳에서 되돌아 나오는,
그 맛처럼 내가 너의 풍성한 밥이 되고
너는 나의 입맛을 당기는 반찬이 될 수 있다면
그동안 읽었던 어떤 연애 소설이나
아담과 이브가 처음 맛을 본
먹음직했던 금단의 열매처럼
그렇게 눈이 멀었을 첫 만남으로
네가 걸어가는 길 만큼 소유할 영토에서
희망의 로또복권은 유효기간을 알리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남아있어서
소박한 너와 나의 밥상에는
맛보아야 할 반찬과 뜨끈한 시래깃국과
눈부신 쌀밥 한 그릇으로 부족한 배를 채우며 
우리의 우리가 더하는 식탁에서 떠나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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