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득한 거리에서
- 차 승 진 -
고운 빛 물든 가을
집을 떠난 아득한 거리
낮술 취한 발걸음처럼
이리저리 비척이다가
마주친 낯익은 간판
격자창 너머 헐렁한 점 빵
추억은 두레박으로 깊은 우물물을
길어 올리듯
출렁이다가 찔끔찔끔 실수를
연발하는 헛손질
어색한 침묵으로 적막하던
청춘의 첫 만남으로
다시 쓰는 일기장처럼
마음의 근육이 쌓이고
학습하지 않아도
스스로 배우는 너와의 자율의 시간
샛노란 은행나무 아래
펼쳐지는, ㄱㆍㄴㆍㄷㆍㄹ
자음으로 어쩔 수 없어
슬며시 다가가 손을 잡아주는
환상의 母音
나무도 외로워 단 풍물 들이고
마을로 성큼성큼 내려오는 날
가을 하늘처럼
이제는 우리도 더 가까이
친숙해져서,
두꺼운 마음에 옷을 벗어야 하는
일 센티의 거리
차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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