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포구에서
- 차 승 진 -
쪽빛을 풀어 놓은 바다에 오면
저절로 물드는 내 마음의 포구
오래된 기억들이 파도에 밀려와
백사장 모래톱에 쌓이면
갯바위에 날개를 접은 갈매기
붉은 등대가 서 있는 풍경에서
자리를 잡고, 수평선을 끌어들이면
금방이라도 무엇이 떠오를 것 같아
수첩을 꺼내 놓으면,
서두르지 마! 서두르지 말라고,
손을 흔드는 철썩이는 파도
이럴 때 입맛을 돋우는
싱싱한 활어회나 얼얼한 물회
한 그릇에 출출한 배를 채우고
해안 길을 걸으면
속내를 드러낸 등 푸른 생선처럼
오늘 밤 허름한 여숙에서
짐을 부려놓고,
별빛이 내리면 그 빛에
시름을 흠뻑 적셔도 좋으리
차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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