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차승진
사진 차승진

머무르는 것들의 풍경

- 차 승 진 -

 

바다풀이 자라는 곳
두둥실 구름은 낮게 떠 있고
조업을 위해 정박한 선박들
한차례 비를 긋던 바다와 뭍의
경계에서 무릎을 세우고
머무르는 것들의 풍경을 낚는다

장비가 없어도 대어를 잡는
화려한 손놀림처럼 밀려왔다 밀려가는
바닷물에 뿌리를 내린 생명
망망한 대해에도 길은 있어서
뱃머리는 유유히 떠 가고

대문이 없어도 들락거리는 어선들의 통로
심해에서 알을 낳아 어종의 무리를 이루어
바닷속 풍경을 만드는 극한의 생존
지구촌 어디에서 또 한 생명이 울음보를 터트리고 있다

꽃들이 산천을 물들일 때 바람은 산을 넘고
먼 데서 오는 작은 점들이 거대한 풍경이 되듯

묻지 마라, 누군가 걸어가는 곳에서
길은 시작 되리니,
머리를 누르는 엄청난 수압을
견디며 고요히 바다를 흔드는 물풀들의
살아가는 법을, 한 컷의 풍경 사진으로
어떻게 말 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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