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차승진
사진 차승진

감긴 필름 속에 묻힌 풍경

- 차승진 -
 

​설날 아침에 큰형님께 안부 전화를 건다
세면장에 걸린 수건에 새겨진 형님의 칠순
그 날짜를 세어보니 어느덧 십수 년이 흘렀다
지나간 세월을 제하면 풋풋한 기운이
돋아나고, 지나온 날을 더하면 온몸에
생기를 잃는, 인생의 수명 앞에서
한 번쯤 겪어야 할 어떤 쓸쓸함으로부터
잠시 망각하는 지난한 삶의 리코딩
감긴 필름 속에 묻힌 풍경을
인화하면 흑백사진이나 빛바랜 천연색
그 박제된시간
사라진 것과 마주칠 것의 느슨한 대립
오랫동안 뵙지 못한 형님의 거울
먼 거리 전화로 형상을 그려보는
"곧 한번 뵙겠습니다…."
그 한마디가 이렇게 여러 해가 흘러
어느 날 또 아침이 될 때,
손실된 만남의 교량을 이어야 하는
생전 혹은 사후의 경계

저작권자 © 위클리 김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