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차승진
사진 차승진

삼강주막

- 차 승 진 -

 
논두렁 굽은 길 따라
양은주전자 속 찰랑거리는
야릇한 막걸리 내음
허기진 유년의 빈터에서
뾰죽한 양은 주둥이에
입을 물리면 꿀럭꿀럭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는 알싸한 액체
버릴 수 없는 사랑이라는 이름의
아련한 중독처럼
어스름 중년의 비탈길 넘어 
펴지지 않는 세월의 주름살
가을날 삼강주막 평상에 앉은
세상의 마실 나온 사람들
부추전에 막걸리 한 사발 
젓가락 장단이 아니더라도
걸판진 노랫가락 한자락이라도
울컥 울컥 쏟아져 내릴 것 같은
뱃속에 갇혀있던 이바구*의 
씨앗들이 참았던 재채기처럼
술술술 풀려나오는, 
막걸리 한 잔의 기막힌 최면술


*이바구:이야기의 경상도 사투리 

저작권자 © 위클리 김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