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 아래

-차 승 진 -

  
십일월입니다 
가을이라고 말해 보세요 
동그란 물그림자 호숫가를 맴돌아 나옵니다
어머니의 품 속에 우윳빛 아이가 담겨있듯
산 아래 사람이 사는 마을 계곡물의 끝없는 행렬처럼 
길은 쉬지 않고 앞으로 걸어갑니다 
잊혀진 기억을 단풍으로 물들이는
가을 나무처럼 
스마트폰 깊숙이 묻혀있던  음성파일에서 지금은 없는
그 사람의 구성진 노랫소리가
살아있는 자의, 가슴을 먹먹하게
물들여 놓습니다 

저작권자 © 위클리 김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