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차승진
사진 차승진

사랑보다 깊은 가을
단풍으로부터의 추억

- 차 승 진 -
 

솔직히 말하라고 채근하던
그대의 눈빛을 다 읽을 수 없어서
주저하다가 그날도 그렇게 먼 길을 돌아서 왔습니다

조금만 용기를 내어도 입술은 열려서
문 없는 문을 열고 들어갔을 것을,
간발에 놓쳐버린 버스처럼

습관의 그릇은 마음속 깊이 묻혀있어서
끌어 올리는 시간이 길어지듯
잠이 오지 않는 밤, 뒤척이다가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은 그 말을 꼭 하리라
다짐하며 집을 나올 때,
아, 어찌하지 못할 내 마음은
단풍색으로 물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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