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차승진
사진 차승진

일기장을 넘기며
 

- 차 승 진 -

 

스티로폼에 놓인 파 두 단
해는 저물어가고 몽땅 다 떨어야
천 원짜리 지폐 몇 장 달랑 손에 들고
집으로 돌아 가야하는 할머니의 난전
인생의 밑천 같은 꼬부라진 파 뿌리
어린 파의 생명이 땅 아래로
발을 밀어 넣을 때
여린 살결을 보듬어 주시던 어머니의
손결처럼 내 손은 약손이라던​
휘황한 겨울밤,
출출하지 않느냐며​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장독에서
꺼내 온 묵은지를 숭숭 썰어
식은 밥에 김치를 넣고 들기름으로
달달 볶은 밥을 내 주시던
그 시절이 생각나 멍하니
어스름 기억 속으로 빠져드는
캄캄한 블랙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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