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차승진
사진 차승진

떠나고 싶은 날에

- 차 승 진 -
 

아침이라는 말이 새로워지는 날
세수하고 속옷을 갈아입고
식탁엔 하얀 쌀밥에 상큼한 총각김치가 있고
아내가 켜 놓은 코스모스를 노래하는 라디오
둥둥 떠오르는 참 좋은 생각들
등이 허전하면 갈색 배낭을 메고
무겁지 않은 시집 한 권, 청량한 생수 하나
정해놓은 목적지 없어도 기차역으로 가면
북적이는 행락객처럼 다가오는 행선지
잠깐의 여유엔 쌉쌀한 커피 한 잔
기차도 외로워 덜커덩 거리는 발걸음 
차창에 기대어 눈을 감으면, 어린 시절
생각나 눈물 맺히는,
바닷길 따라오는 정든 얼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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