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차승진
사진 차승진

가을 편지

- 차 승 진 -
 

소란스러운 말을 가벼이 밀어낸
부드러운 어머니의 손길처럼
겸손한 빛깔이 비둘기의 날갯짓으로
살며시 내려옵니다
그림을 그리거나 노랫말을 짓거나
한 줄의 시를 쓴다고 해도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적막함이
머리를 숙이게 합니다
이럴 땐 모든 걸 내려놓고 가슴을
활짝 열어 따사로운 햇살에
몸을 맡기세요
편지 글에 생각들이 고갤 내밀고 있어요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더디 하라는 말씀처럼 숨 한번 쉬고 나면
잔잔한 호수가 된다는 걸요
주홍빛으로 물드는 반짝이는 감잎
강아지 꼬리처럼 살랑이는 억새
가을 편지를 씁니다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달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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